새해 첫 절기, 입춘이 지났습니다. 올해 봄의 시작은 지난 2월 4일이었지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지난하고 버거웠던 2025년에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지난 연말, '비빌언덕 프로젝트'의 시작을 준비하며 일종의 폐관수련에 들어갔습니다. 타인의 공간에 머물며 한 달살이를 했는데요. 이번 레터는 내 삶의 견고한 벽에 작은 균열을 낸 사람, D와 함께 만든 ‘틈’에 관한 기록입니다. 나만의 질서로 단단히 구축해 온 일상에 타인의 리듬과 온기가 섞이는 것. 그 무방비한 틈은 제게 위협인 동시에 안온함 이었습니다. 곁을 내며 사는 것과 일상을 섞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의 일이었으니까요. 여러분의 삶에는 지금 어떤 틈들이 자리하고 있나요. 설계하지 않은 공존이 주는 당혹감과 해방감에 대하여, 비빌언덕의 세 번째 이야기 [틈]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