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이 오려면 멀었다지만, 제법 선선해진 공기가 뺨에 닿을 때마다 마음이 먼저 계절을 앞서나가요. 흔히 '가을을 탄다'고 하면 줄어든 일조량 탓에 찾아오는 쓸쓸함이나 가라앉는 기분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저는 조금 다른 의미로 가을을 타는 편이에요. 사계절 중 가장 아끼는 계절이 다가올 때면 우울은커녕 마음이 양탄자를 탄 듯 둥실 떠오르곤 하거든요. 파란 하늘에 몽글몽글 피어난 양 떼 구름과, 눅눅함을 털어내고 뽀송하게 마른 바람만으로도 가을을 반기게 된답니다.
가을을 유독 기다리게 된 데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깊게 자리하고 있어요. 여러분에게 가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나요? 속이 꽉 찬 알밤, 골목마다 기름 냄새 풍기던 명절의 온기, 조금 특별한 경우를 말해보자면,,, 근처 교회에서 보내와 평소엔 보기 힘들었던 과일들이 수북이 담겨 있던 추수감사절 바구니?! 결핍의 틈새로 불쑥 찾아오던 그 시절의 작은 풍요들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